간 다음에 Poem by Kim Hyesoon

간 다음에

- 엿새

간 다음에 가지마 하지마
온 다음에 오지마 하지마

떠날 땐 눈 감기고 손 모아 주면서 가지마 가지마 울더니
유리창에 고양이처럼 들러붙어 문 열어 문 열어 했더니 오지마 오지마 하잖아

대나무에 종이 인형 붙여 오지마 오지마 하잖아
불길에 옷 집어넣고 오지마 오지마 하잖아

그래서 너는 발이 없잖아
날개도 없는데

그런데 날기만 하잖아
내려앉지도 못하는데

감추어도 다 보이잖아
뇌도 없는데 다 알잖아

너무 춥잖아 몸도 없는데

그리하여 오늘 아침 침대밑에 숨은 네 잠옷이
혼자서 가늘게 흐느끼고 있잖아
관이 물을 받고 있잖아
관 속에서 너는 이미 떠났잖아

달 베게엔 네 머리 자국
구름 이불엔 네 몸뚱어리 자국

그러니 간 다음에 가지마 하지마
그러니 온 다음에 오지마 하지마

COMMENTS OF THE POEM
READ THIS POEM IN OTHER LANGUAGES
Close
Error Suc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