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oem by Kim Hyesoon

사진

- 사흘

네 인형은 안녕하세요?
네 인형은 건강하세요?

네가 인형의 귀에 대고, 비밀이야! 평생 입 다물어
네가 인형의 눈알을 뽑으며, 너도 좋았지? 그런 거지?
네가 인형의 머리를 자르며, 이 더러운 년아 죽어버려
네가 인형을 태우며, 너는 전생은 잊은 거야, 영원히

네가 집을 나가면 남아 있는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살아나던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창문 열고 내다보던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외출하던 것, 인형
네가 집을 나가면 외출해서 고아 행세 하던 것, 인형

남 앞에선 왠지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하는 것
죽지도 않는 것
텅 빈 것
눈동자에 네 귀신을 모신 것

저기 저 걸어가는 네 인형의 팔 없는 팔이 나왔다 들어간다
다리 없는 다리가 나왔다 들어간다
마치 침대에 두 다리를 눕혀놓고 온 사람처럼

다리에서 종이 뭉치가 흩어진다

네 인형은 걷는다
네 인형은 말한다

몸속으로 눈동자를 떨어뜨리고
모가지가 돌아가도록 울던 저것

네가 죽으면 다시 살아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저러나 너는 이제 인형을 세울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저러나 너는 이제 인형을 걸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저러나 너는 이제 인형을 웃길 수 없게 되었다

너는 이제 인형과 줄이 끊어졌다

인형에게: 너는 아직 저녁마다 침대에 눕히고 눈을 감겨줄 사람이 필요해.

네가 엉엉 울며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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